김재민이

오근세의 길(Camino de Ogeunse)

오근세의 길(Camino de Ogeunse) 가이드

 

“(우리를) 변두리로 취급하는 것이냐”

– 2019.04.09. “중부일보” 인천 일신동 주민 인터뷰 중

 

변두리 출신이라 그런지 변두리가 편하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라도 하면 차가 끊기기 전에 서둘러 변두리 동네의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오근세1영화 ‘기생충’ 속 등장 인물. 부잣집 지하에 숨어 산다. 씨는 실존 인물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민수네 과수원 창고에 사는 사람이라면 분명 언젠가는 마주쳤으리라.2오근세(b.1977)의 등록 기준지 부천 송내동 313-61은 창작자가 15년 동안 살던 집에서 약 150m 떨어져 있다.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지인의 창고 주소지이기도 하다.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동네에서 드디어 인물이 났다. 이 사람의 궤적을 기념해야 한다.

故오근세씨의 현 주소지 대림동에서 부천 생가까지, 혹은 그 반대로.

서울로 들어가거나 나가는 동서의 길, 오근세 순례를 시작해보자.

 

1. 경인로를 따라가는 길, 첫 번째 루트 16.4km

오근세 씨 출생지에서 등록 주소지인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이동하면  부천을 동서로 가로지르게 된다. (역순으로도 가능) 서울로 향한다면 부천 자유시장까지만 걸어본다. 온수역까지는 전철길을 따라 있는 철로변으로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경인로 방향을 따라가되 가능하면 피해서 걷자. 피맛골을 걷는 마음으로.

 

ㄱ. 송내동(오근세 출생 등록지) ➔ 부천 자유시장 (30분)

ㄴ. 부천 자유시장에서 온수역까지 철로변 길로 이동 (2시간)

ㄷ. 온수역 ➔ 구로 구간은 경인로를 따라 걷는다 (1시간 30분)

ㄹ. 구로에서 도림천으로 내려와 이동하다 대림역 부근에서 나간다 (30분)

ㅁ. 대림동 현 오근세 주소지까지 이동 (30분)

 

2. 천변 길, 두 번째 루트 20.1km

이왕에 까미노(Camino) 오근세로 만들기로 했으니 아무래도 신호등이 없는 길이 좋겠다. 천을 따라 이동하면 거리는 4km 정도 늘어나지만 멈춤 없이 조용한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만일 러닝을 좋아하면 뛰어 이동하기도 좋은 길이다.

 

ㄱ. 송내동(오근세 출생 등록지) ➔ 부천 자유시장 ➔ 역곡역

역곡역까지는 경인로 루트와 동일 (2시간 30분)

ㄴ. 역곡역 ➔ 역곡천 ➔ 옥길천 ➔ 목감천 ➔ 안양천 ➔ 도림천 (4시간)

역곡역 지나 천변을 따라가면 대림역에 닿을 때까지 자동차와 신호등 방해 없이 걷거나 뛸 수 있다. 광명을 지날 때 지근 거리에 있는 아내, ‘국문광’ 씨의 출생지3국문광(b.1974), 영화 ‘기생충’ 등장인물, 출생지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308-12를 방문할 수도 있다.

ㄷ. 도림천에서 대림동 오근세 주소지까지는 도보로 이동 ( 30분)

 

3. 순례길에서 만나게 되는 장소

ㄱ. 과수원 , 故오근세 씨 생가

“아들이 속을 얼마나 썩였었는데, 이젠 진짜 걱정이 없어. 결혼을 아주 잘했어. 이제 공무원이 되어서 일도 잘하고, 승진도 또래보다 그렇게 빠르대. 우린 이제 아주 좋아.” 

– 과수원 부부

 

과수원을 하는 부부는 서울에서 하던 일을 접고 왔다. 일터는 서울이었고 살기만 부천에서 쭉 살았다는데 민수네와도 안면이 있는 듯하다. 여기서는 땅 빌려 농사만 짓는다고 말해주었다. 한 사람은 충청도에서, 한 사람은 서울에서 자란 외지인이다.

부부는 머리가 비상했다. 여자는 명문 상고를 다녔다. 남자는 낮 동안 경복궁 앞에 있던 중앙청 건물에서 일을 하면서 밤에는 책을 잡고 공부해 결국 명문대학교 야간 학부에 입학했다. 그다음 영광의 순간은 언제인지 차후에 묻기로 했다.

오근세씨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랬겠지만 나는 부부에게서 국문광 오근세 부부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민수, 오근세 씨, 과수원 부부 그리고 나까지 모두, 여기 복숭아를 먹어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겠다.

 

ㄴ. 오근세 씨의 현주소지, 대림동 833-5 다세대 주택

세 층 중에 오근세 씨가 살았을 곳은 어디일까? 보통 중층에 집주인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당시 카스테라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꼭대기 층일 확률이 있다. 그러나 서울 월세를 생각하면 지층일 확률도 무시할 수는 없다.

2020년 현재 전 층 조선족 동포 가족 거주 중이라고 동네 어린이들이 말해준다.

 

ㄷ. 오류 인터체인지 ‘희망의 구로’ 기념비

오류-개봉-구일-구로 선상은 아마도 ‘오근세의 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일지도 모른다. 경인로를 걷기로 마음먹었으면 딱히 빠져 걸을만한 골목이 보이지 않는 데다, 차량 통행이 많은 대낮엔 소음이 심해 걷기가 수월치 않다.

대림동에서건, 송내에서건 여기까지 걸어왔다면 다리가 피로할 텐데 게다가 주위에 눈에 띌만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기서 내가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돌아보면 걷는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으리라. 다행히 곳곳에 앉아서 다리를 주무를 쉼터가 있는데 오류 인터체인지에 있는 ‘희망의 구로’ 기념비도 그 중 하나이다.

 

ㄹ. 옥길천과 목감천이 만나는 곳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더 좋지 우린”

– 옥길동 주민

 

너도 옥길동, 나도 옥길동. 부천시 옥길동을 넘으면 광명시 옥길동이 나온다. 붙어있다. 역곡천에서부터 걸어왔다면 옥길천 끝 무렵에 다리 쉼이 필요하다.
김은희 작가4일러스트레이터, 도시기록자.의 가르침으로 역곡천 시작 루트를 시도하게 되었다. 인천-부천에서 함께 걸을 기회가 있었던 김은희 씨와 함께 김시덕 교수5문헌학자, 대서울답사가.에게도 가르침을 받았는데, 평소 막연히 생각하던 변두리에 대한 관점을 더 단단하게 할 수 있었다.
여느 신도시같이 ‘새로운 이주민이 전에 있던 이주민을 밀어내고’ 생긴 옥길 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이곳을 고향으로 추억하고 스타필드에서 놀던 기억이 소중할 것이다.

역곡천부터 도림천까지는 다리를 건널 때 몇 번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차량의 방해 없이(자전거는 조심해야 함) 지속해서 뛸 수 있다. 차후 ‘오근세 단축 마라톤’을 계획한다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요하겠지만 대략 15km 내외로 가늠할 수 있다.

 

* 같이 길을 걸었던 김시덕 교수, 김은희 작가, Andrea Posada Saldarriaga, Yves Toiser에게 감사드립니다.

** 오근세의 길에 도전하신다고요?

‘오근세의 길’을 걸으며 세 곳의 인증샷을 보내주시면 전시 기간 중 선착순 다섯 분 한정으로 창작자 서명이 들어간 오근세 복숭아 절임 세트를 드립니다. (나무틀 포함)

세 곳의 인증샷 장소

1.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313-61

2. 오류 인터체인지 희망의 구로 비석 / 옥길천과 목감천이 만나는 곳 (루트에 따라 선택)

3.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833-5

보내주실 곳: geminikim@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