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현 / 광장 조각 내기

광장/조각/내기는 공공과 미술이 만나는 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룹니다. 이 프로젝트는 좋은 공공미술을 만들어보려는 실험도 아니고, 구태의연한 공공미술에 비난의 칼날을 하나 더 쑤셔 넣으려는 시도도 아닙니다. 우리는 공공미술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살피기보다는, 그것의 존재 자체를 묻습니다. 공공미술이라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왜 공공미술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런 질문들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공미술은 존재합니다. 너무 많아서 문제가 있죠....

허호정 / 공동체의 계기를 위한 여덟 개 노트

1. 편지는 아주 드물게 출몰하는 공동체와 만남의 글쓰기이다. 이 공동체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그 외의 독자를 배제하고 공유하는 독점적인 관계를 전제한다. 이 공동체는 보편의 언어나 감각에 대체로 무관심하다. 편지로 형성되는 공동체는 그들의 언어가 일반적 심상으로 이해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해를 무릅쓰는 – 치명적이지만 종국에 활기를 북돋는 – 자신들만의 대화, 즉 ‘주체(들)’로서의 대화를 통해 어떤 시공간적인 영역을 만든다. 나는 정말이지 이런 종류의...

전솔비 / 한계의 장소로부터

그날의 기억은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계산대 앞에서 마주했던 MBK 매각 규탄 시위 장면에 멈춰있다. 마트 안을 나가는 마지막 관문이자 바깥과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임시 광장. 잠시 시위를 하기 위해 일을 멈추고 모인 사람들, 함께 하지 못하고 계산대에서 묵묵히 바코드를 찍는 사람들, 감시하듯 저 멀리서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약간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혹은 어찌할 바 모르는 당혹스러움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역할로만...

권정현 / 미술이 환대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쇼핑몰은 늘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그곳은 한 번도 나를 배척한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러나 그 환영의 인사가 사실 나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지불할 값을 향한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에게 지불 능력이 사라진다면, 그 환영의 인사도 한순간 거두어질 것이다. 선택적으로 환대를 건네는 공간. 완전히 깨끗하게 정돈된 구조, 화려하고 현란한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공간. 강은희의 <라이브-드라이브>는 이러한 대형 쇼핑몰의...

김맑음 / 조각난×광장×곱하기: 가상의 광장을 떠올리며

× 얀 팔라흐(Jan Palach)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가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불타고 있는 컬러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프라하와 한국 사이의 거리, 그리고 1969년과 2020년의 시차를 압축시키는 사각형 이미지이다. 계속 눈에 밟혔던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그 광장에 서 있고 싶도록, 아니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블로그에서는 이미지를 첨부하고 별다른 캡션을 붙이지 않아 진짜 역사 속 그 순간이라 믿게끔 하였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영화 속...